10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이현경 옮김, 돌베개)

​제 2차 세계대전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고 기적적으로 집으로 귀가한 프리모 레비가 쓴 글이다.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에서 인종법에 의해 억압을 당하며 대학에서 수학하던 그는 反파시즘 단체에서 활동하다 나치에게 붙잡히게 된다. 그 후 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소모품 취급을 당하며 겪었던 일들을 꽤나 차분하고 객관적인 어조로 이 책에 담아냈다. 증언문학의 고전으로 불리우며 프리모 레비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현실에서도 인간은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것이 짐승과 다르지 않은, 이성과 감성의 파괴를 강요받는 무자비한 현실이라도 살아가기 위해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도 핍박받는 자와 핍박하는 자가 생겨난다. 인간..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은행나무)

는 2009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정유정 작가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이민기, 여진구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이 될 만큼 인기를 얻으며 작가로서의 커리어에 단단한 초석을 세우게 된다. 그녀의 작품은 , 로 먼저 접하였었다. 스산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작품들에 비해 밝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책 표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 로 시작되는 표어는 약간 민망하게 느껴진다. 간호대학에서 정신과학을 공부한 작가가 직접 폐쇄병동에서 체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희망병원을 창조했다. 폐쇄병동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잘 묘사했다. 만식씨, 김용, 거리의 악사, 우울한 청소부 등 개성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소..

28 - 정유정 (은행나무)

원인을 알 수 없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무간지옥이 되어버린 화양시에서 28일동안 펼쳐지는 일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능가하는 전염력과 치사율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는 화양시를 외부와 철저히 차단시키며 고립한다. 2+8='0', 즉 모든 희망이 사라진 화양시를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대로 무법지대가 된 화양시에는 절망이 들끓고 있다. 사람과 개 사이에 벌어지는 몇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몇 해 전, 구제역 소동으로 생매장 당하는 돼지를 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돼지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에게 재앙이 닥쳤을 경우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비슷하게 표현한 듯 하다. p.210 ~ p.211 이 개는 당신의 '마리'야. 마리..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스튜어트 다이아몬드(김태훈 옮김, 8.0)

세계 최고 MBA 중 하나로 손꼽히는 와튼스쿨에서 13년 연속 최고 인기 강의라는 타이틀을 가진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를 엮어낸 책이다. 와튼스쿨에서는 경매 포인트를 통해 수강 신청을 한다. 100~500포인트면 신청이 가능한 보통 다른 과목들에 비해 10,000 포인트 넘게 베팅을 해야 수강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간다. 스튜어트 교수는 자신의 협상법은 그 동안의 협상법과 상당히 다르다며 협상에 대한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심어 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가 밝히는 열두 가지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목표에 집중하라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감정에 신경 써라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상대방이 따르..

말공부 - 조윤제 (흐름출판)

'대화에는 격이 있어야 하고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말공부란 제목에 손이 간 책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핵심인 말(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시대에도 내노라 하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한 순간의 잘못된 혀놀림으로 인해 그 동안 쌓아온 공이 무너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인 말에 관해 공부하여 보자. 논어, 맹자, 장자, 사기, 십팔사략, 전국책, 후한서, 여씨춘추, 설원, 세설신어​ 등의 고전에서 일화를 발췌하여 소개하면서 살을 붙이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제1편 촌철살인寸鐵殺人, 단 한 마디로 끝내라 마음을 헤아려주는 진심의 한 마디 | 말로 마음을 어지럽혀라 | 극적인 반전을 만드는 역전의 한 수 | 상대가 좋아하는 것으로 말하라 | 스스로를..

新(신)황태자비 납치사건 - 김진명 (새움)

김진명 작가가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출간한지 십 수년 만에 새로우면서도 새롭지 않은 작품을 발표했다. 新(신)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전에 출간한 소설과 내용이 이어지는 새로운 소설인 줄 알았지만 동일한 내용이다. 누군가 일본의 황태자비를 납치하였고 일본 제일의 수사관인 다나카 수사관이 범인을 쫓는다. 차츰 수사가 진행되어 가며 밝혀지는 범인의 목적은 단순히 개인의 영위와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전 일본 국민에게 ‘한성공사관발 전문 435호’ 및 ‘1937년 12월 13일 자 ’을 공개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범인은 중국의 난징대학살에서 살아 남은 중국인 펑더화이와 한국인 임선규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이 문서들이 과연 무엇이길래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황태자비를 납치하였는지 무척이나..

템테이션(Temptation)- 더글라스 케네디(조동섭 옮김, 밝은 세상)

[빅 픽처]로 먼저 접해 본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다. [빅 픽처]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글도 기대를 하며 첫 페이지를 넘겼다. 무명작가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헐리우드 성공담이다. 쓰는 작품마다 변변찮은 평가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동안 무명생활을 해온 그에게 어느 날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와 작업을 할 기회가 생겼고 이 기회는 시트콤 '셀링 유'와 함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폭스텔레비전의 젊고 아름다운 이사 샐리 버밍엄, 투자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더럽게 부자인 바비 바라, 미국의 100대 부자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로 빌어먹게 부자'인 필립 플렉. 갑자기 들어 닥친 성공은 데이비드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샐리와의 외도로 인해 아내..

나카노네 古만물상 - 가와카미 히로미(오유리 옮김, 은행나무)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가 쓴 소설이다, 라고는 하지만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알 지 못하였다. ‘나카노네 古만물상’ 이라는 책 이름과 약간 바랜 듯 누런 책 표지에 끌려 손이 간 책이다. 나카노 씨가 운영하는 만물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다. 나카노, 마사요, 다케오, 그리고 히토미. 잔잔한 시냇물 흘러내리 듯 펼쳐지는 그들의 에피소드가 담담하게 이어진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혹은 기-승-전-결)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굵직한 사건도 없고 극중 인물 간의 갈등도 크지 않다. 그런데도 내용의 구성이 좋고 작가의 발랄하고 통통 튀는 문체가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다. 빠른 속도감, 손을 땔 수 없는 몰입감,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는 문제 제기 이런 건 찾..

아크라 문서 (문학동네) - 파울로 코엘료 (공보경 옮김)

연금술사를 시작으로 집필하는 작품마다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프랑스 군이 예루살렘을 침공하기 전날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자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패배, 패배자, 고독, 아름다움, 사랑, 성교, 우아함, 기적, 불안, 미래, 충심 등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실체를 알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들어가는 말에 의하면 고문서를 번역해 출판했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 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짙지 않은 색체로 글 전반에 깔려있는 기독교 적 분위기는 책을 읽는데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P 37 패배자는 패배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선택한 사람이다. 패배는 특정한 전투나 전쟁에서 지는 것..

더불어 숲 - 신영복

‘더불어 숲’ 이란 책 이름이 좋다. 마음 한 켠 따뜻해지고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세계의 역사 현장을 찾아서 20세기를 되돌아보고 21세기를 전망하는 기획으로 집필한 책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독자에게 엽서를 띄운다는 컨셉으로 진행 된다. 여행을 하며 쓴 글이지만 여행지의 묘사나 사진, 관광 정보에 대한 글이 아닌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여 느끼고 시사한 바를 담담하게 적어나가며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총 46 챕터의 내용의 연계성이 크지 않은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 단락씩 짧은 호흡으로 읽어가기 편하다. 다만 문맥의 의미나 단어의 모호성이 읽기에 거북한 감이 있다. 쉬운 단어들로 풀이가 가능할 법한 문장들도 읽기 어려운 구조로 쓰여져 있는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