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읽어보기

아크라 문서 (문학동네) - 파울로 코엘료 (공보경 옮김)

연금술사를 시작으로 집필하는 작품마다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프랑스 군이 예루살렘을 침공하기 전날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자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패배, 패배자, 고독, 아름다움, 사랑, 성교, 우아함, 기적, 불안, 미래, 충심 등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실체를 알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들어가는 말에 의하면 고문서를 번역해 출판했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 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짙지 않은 색체로 글 전반에 깔려있는 기독교 적 분위기는 책을 읽는데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P 37
패배자는 패배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선택한 사람이다.
패배는 특정한 전투나 전쟁에서 지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는 아예 싸우러 나가지도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해도 좋다. 실패를 선택하지 말자.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후회 한 적이 몇 번이나 있다. 부딪혀 쓰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쓰러지지 않도록 노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P 55.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다. 그저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상황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 이다.

진정으로 타인을 돕는 사람은 억지로 쓸모 있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유익한 삶을 이끌어갈 뿐이다.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모범을 보이며 살아간다.

P 75
그럴 때면 우리는 소위 ‘지혜’에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삶의 신비를 존중하기보다 세상을 규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지혜라는 것이다. 지혜는 행동 기준을 세우기 위한 온갖 쓸데없는 규칙, 규제, 규범들로 구성되어 있다.

P 99
늘 갖고 다니는 양피지에는 어차피 잊어버리지도 않을 내용을 괜히 기록하느니 차라리 시를 쓰리라. 한 번도 시를 써본 적 없고 다시는 쓰게 되지 않더라도, 내게 감정을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괜스레 시를 적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멋있는 문장이다.

P 138
그러니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변화의 기적이 일어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밀이 화덕에 들어가 익기 전에는 빵이 될 수 없다.
단어들이 잘 어우러져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시가 될 수 없다.
사람의 손이 실을 잣기 전에는 천이 만들어질 수 없다.

P 159
아무리 죽음을 거부하려 해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죽음을 앞두고 과거를 돌아보면서 ‘내가 충분한 사랑을 주었을까?’라는 질문에 답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가장 큰 기쁨을 느끼거나 가장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문장이었다. 내가 우리 가족에게, 친구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사랑을 베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죽음 앞을 가정해보니 깊은 슬픔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목표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P 162
앞서 말했듯이, 꿈을 찾는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로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들은 우리가 하려는 일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므로, 처음에는 위협과 경고, 눈물로 어떻게든 우리를 말리려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단락. 정말로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꿈을 찾기 위해 그들이 나를 위협, 경고하며 눈물을 보이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일까. 구체화 되지 않은 꿈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행동은 삼가자.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게 꿈에 대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 때 모든 것을 걸어도 늦지 않다.

P 183
중상을 일삼는 자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약할 때 더 위험한 행동을 감행한다. 강한 영혼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 나약한 영혼들에게 상처받지 말라.
누군가 발상이나 이상을 놓고 그대들에게 맞서면, 나아가 싸움을 받아들여라.

쓸데없는 분쟁에 휩싸이지 말자. 자존감을 높이고 쉽사리 분노하지 말자. 나를 상처받게 하는 언행들을 한 단계 높은 시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 때로는 싸워야만 할 때가 있음을 알고 그 때를 가릴 수 있는 안목을 높이도록 하자.

파울로 코엘료의 향기가 난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고 깔끔한 전세계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향기이다. 어찌 보면 진부한 지침서 스타일의 소설이지만 그의 손끝에서 아름답게 묻어 나오는 이야기들은 읽는 동안 즐거움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선사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아크라 문서가 주는 향기가 마음에 오랫동안 진득하게 남아 있을 듯 하다.

7 / 10 (점수)

아크라 문서
국내도서
저자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공보경역
출판 : 문학동네 2013.09.05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