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가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출간한지 십 수년 만에 새로우면서도 새롭지 않은 작품을 발표했다. 新(신)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전에 출간한 소설과 내용이 이어지는 새로운 소설인 줄 알았지만 동일한 내용이다.
누군가 일본의 황태자비를 납치하였고 일본 제일의 수사관인 다나카 수사관이 범인을 쫓는다. 차츰 수사가 진행되어 가며 밝혀지는 범인의 목적은 단순히 개인의 영위와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전 일본 국민에게 ‘한성공사관발 전문 435호’ 및 ‘1937년 12월 13일 자 <동경일일신문>’을 공개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범인은 중국의 난징대학살에서 살아 남은 중국인 펑더화이와 한국인 임선규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이 문서들이 과연 무엇이길래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황태자비를 납치하였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두 건의 문서와 함께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아이템인 ‘오버타임(Over Time)’. 뒤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그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물론이거니와 중국 국민들, 아니 사람이면 누구나 격분 할 수 밖에 없는 일본군이 자행한 만행들이 잔혹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에 나온 내용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내가 우리나라 역사에 무지하다는 증거인 셈이다.
p191
역사 기술은 힘이야. 힘 있는 자의 목소리가 기록되는 거지. 학자들이란 그 힘에 기생하는 존재들이고.
뼈가 있는 문장이다. 역사의 힘이란 국민들의 의식과 관심에 비례할 수 밖에 없을 것 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라고 자문해보니 그 동안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 막바지에 이르러 펑더화이가 던지는 말은 김진명 작가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높아 완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페이지를 읽는 도중에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점점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소설 본연의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 | 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 김진명 지음/새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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