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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新(신)황태자비 납치사건 - 김진명 (새움) 김진명 작가가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출간한지 십 수년 만에 새로우면서도 새롭지 않은 작품을 발표했다. 新(신)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전에 출간한 소설과 내용이 이어지는 새로운 소설인 줄 알았지만 동일한 내용이다. 누군가 일본의 황태자비를 납치하였고 일본 제일의 수사관인 다나카 수사관이 범인을 쫓는다. 차츰 수사가 진행되어 가며 밝혀지는 범인의 목적은 단순히 개인의 영위와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전 일본 국민에게 ‘한성공사관발 전문 435호’ 및 ‘1937년 12월 13일 자 ’을 공개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범인은 중국의 난징대학살에서 살아 남은 중국인 펑더화이와 한국인 임선규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이 문서들이 과연 무엇이길래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황태자비를 납치하였는지 무척이나..
템테이션(Temptation)- 더글라스 케네디(조동섭 옮김, 밝은 세상) [빅 픽처]로 먼저 접해 본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다. [빅 픽처]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글도 기대를 하며 첫 페이지를 넘겼다. 무명작가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헐리우드 성공담이다. 쓰는 작품마다 변변찮은 평가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동안 무명생활을 해온 그에게 어느 날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와 작업을 할 기회가 생겼고 이 기회는 시트콤 '셀링 유'와 함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폭스텔레비전의 젊고 아름다운 이사 샐리 버밍엄, 투자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더럽게 부자인 바비 바라, 미국의 100대 부자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로 빌어먹게 부자'인 필립 플렉. 갑자기 들어 닥친 성공은 데이비드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샐리와의 외도로 인해 아내..
나카노네 古만물상 - 가와카미 히로미(오유리 옮김, 은행나무)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가 쓴 소설이다, 라고는 하지만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알 지 못하였다. ‘나카노네 古만물상’ 이라는 책 이름과 약간 바랜 듯 누런 책 표지에 끌려 손이 간 책이다. 나카노 씨가 운영하는 만물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다. 나카노, 마사요, 다케오, 그리고 히토미. 잔잔한 시냇물 흘러내리 듯 펼쳐지는 그들의 에피소드가 담담하게 이어진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혹은 기-승-전-결)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굵직한 사건도 없고 극중 인물 간의 갈등도 크지 않다. 그런데도 내용의 구성이 좋고 작가의 발랄하고 통통 튀는 문체가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다. 빠른 속도감, 손을 땔 수 없는 몰입감,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는 문제 제기 이런 건 찾..
아크라 문서 (문학동네) - 파울로 코엘료 (공보경 옮김) 연금술사를 시작으로 집필하는 작품마다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프랑스 군이 예루살렘을 침공하기 전날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자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패배, 패배자, 고독, 아름다움, 사랑, 성교, 우아함, 기적, 불안, 미래, 충심 등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실체를 알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들어가는 말에 의하면 고문서를 번역해 출판했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 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짙지 않은 색체로 글 전반에 깔려있는 기독교 적 분위기는 책을 읽는데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P 37 패배자는 패배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선택한 사람이다. 패배는 특정한 전투나 전쟁에서 지는 것..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자극적인 느낌의 제목과 스산한 분위기의 표지와는 달리 수필을 읽어가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70대 노인 '김병수'가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나의 창세기다. 유년시절 가족들을 괴롭히는 친아버지를 살해 후 오랜 기간 살인자로 살아간다. 허술하고 과학적이지 못했던 구시대의 수사망을 비웃으면서 공소 시효가 만기되도록 잡히지 않고 살인자와 수의사의 두 얼굴로 살아간다. 제목을 보고 살인에 대한 묘사나 끔찍한 표현들이 신랄하게 나올 줄 알았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이 껌뻑껌뻑 하는 노인의 일상생활을 기록한 수필 분위기가 난다. 그가 죽인 부모의 딸인 '은희' 를 거두어 키우면서 살인을 끊고 평범한 노인의 일상을 살아가던 그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자신의 기억들을 기록한다. 중간에 개에 대한..
더불어 숲 - 신영복 ‘더불어 숲’ 이란 책 이름이 좋다. 마음 한 켠 따뜻해지고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세계의 역사 현장을 찾아서 20세기를 되돌아보고 21세기를 전망하는 기획으로 집필한 책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독자에게 엽서를 띄운다는 컨셉으로 진행 된다. 여행을 하며 쓴 글이지만 여행지의 묘사나 사진, 관광 정보에 대한 글이 아닌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여 느끼고 시사한 바를 담담하게 적어나가며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총 46 챕터의 내용의 연계성이 크지 않은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 단락씩 짧은 호흡으로 읽어가기 편하다. 다만 문맥의 의미나 단어의 모호성이 읽기에 거북한 감이 있다. 쉬운 단어들로 풀이가 가능할 법한 문장들도 읽기 어려운 구조로 쓰여져 있는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본인..
명량 - 김한민 감독, 최민식, 류승룔, 조진웅 주연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세종대왕과 나란히 대한민국 사람이 존경하는 인물 1, 2위를 다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기 같은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영화화 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흥행을 할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1,000만이 넘는 관객 동원에 놀랐다.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았을까.배우 개개인의 연기력은 출중하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연기로 인정받은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을 주연으로 다수의 연기파 조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순신 최민식 이외에 무게감 있는 캐릭터가 없다. 특히 류승룡의 등장은 좋았으나 뒤로 갈 수록 눈에 힘만 줄 뿐 딱히 비중이 없어 아쉬웠다. 그와 이순신 간의 팽팽한 대립 구조를 기대했지만 그냥 우리의 영웅 이순신에게 희생당하는 왜놈..